희노애락

[스크랩] 맹추위 속, 차디찬 길바닥서 겨울나는 노숙자들

한 울 타 리 2006. 2. 24. 18:46

난 오랜시간을 양지의 사진만을 찍어왔다. 임팩트가 강한사진을 좋아했음으로 스포츠등 액션이 강한 사진을 카메라에 담아온 셈이다.

 

내가 노숙자에 관심을 가지게된 건 노숙자중 여성 분도 있다는 소리에 그건 말도 안된다 생각했다.신체구조상 여성이 노숙자 생활을 한다는것은 나로서는 상상할수도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내심 나도 여자인지라 마음이 착잡했다.

 

몇일을 고심한 끝에 여성이 주로 있다는 영등포로 새벽에 찾아갔다. 다행히 여성분은 겨울엔 잘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됐었다.

 

그런데 이른 아침 그 추운시간에 밖에 한 분이 앉아게시는거다. 그냥 올까도 했지만 너무 왜소한 체격에 어떻게 저 차가운 바닦에 앉아게시나 더구나 그분 곁에는 목발까지 놓여있었다. 그 광경을 그냥 지나쳐 올까도 했지만 따뜻한 꿀차라도 사드리고 싶어 편의점으로 들어가 돈 800원을 주고 꿀이 들어있는 음료수를 하나 샀다.

 

 

꿀차를 드리니까 머뭇머뭇가리신다. 그대신 담배를 입에 무시길래 얼른 불을 붙여드리고 그분들의 속사정을 한번 들어보고 싶어졌다. 여기에서 무슨 거창한 수식어가 필요하리, 왜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으며 처음부터 그런 삶을 살진 않았을텐데, 궁금해졌다.

 

나 또한 어려운시절이 있었다. 눈물나게 힘든시기도 있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자본주의 난 자본주의사회의 구조 그런 학문을 연구한 사람도 아니다.

 

또한 그들의 가슴을 들여다보기 전에는 촬영할 생각도 없었다.숨어서 찍기는 더더욱  싫었다. 설령 카메라가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양해를 구한 뒤 찍고 싶었다.

 

한참을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니 그분도 마음을 여시는것 같아 나이를 어쭤봤다. 내심 60은 됐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47세란다. 노숙생활을 오래하면 빨리 늙는다는 말이 맞나보다. 다리는 왜 이렇게 됐냐고 물었다. 교통사고로 외쪽골반까지 잃었다했다.

 

보상도 전혀없이 그후로 지금까지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추워 감각이 떨어지셨는지 코에서 코가나와 얼어있었다. 내가 닦아주려하자 제손을 치우신다, 이 정도는 내가 할 수 있단다. 내가 너무 동정한것 같아 부끄러웠다.

 

출근시간이 다가와 저녁에 다시 만날 수 있느나고 했더니 3층으로 오면 만날수있다고 해서 퇴근후 찿아갔지만 그분은 없었다.

 

착잡한 마음이 들어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문뜩 서울역도 궁금해졌다. 나도 여자인데 위험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마음속에는 겁이라곤 없었다.

 

 

서울역에 내려 전경을 찍었다. 노숙자를 만나고 온 뒤로 그런지 화려한 서울역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잘 찍고 싶지도 않았다. 서울역 앞을 망설이며 왔다갔다 하는데 구 서울역 정문 옆에 두분이 계신다. 두려움도 없이 내 소개를 하고 촬영할 생각은 없다 했다.

 

그런데 그분도 의족을 하고 계셨다. 조금 전 영등포역 여성 노숙자가 떠올랐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슬쩍 나이를 여쭙고는 의족만 찍겠다했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 의족한 다리의 바지를 올려 보여주신다.

 

 

 

그분의 나이는 51세 그분은 자영업하다 사고로 무릅 아래를 절단한 상태였다. 감기에도 걸리신 모양이었다. 약은 왜 안사드시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 질문은 나의 실수였다.

 

약사먹을 돈있음 밥 사먹는다는 대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약은 무료진료소에서 타드신다한다. 노숙자들 중에는 유학까지 다녀오고 과거에는 잘 나가셨던 분도있다 하신다.

 

 

그분들이 무료급식소에 밥타러 가신 후 남겨진 빈자리다. 이분들의 이 초라한 보금자리는 이분들이 돌아오실때까지 노숙자들을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으로 화도 났다, 왜 이렇게 사시냐고 물었다, 사람을 너무 믿어서, 정이 너무많아, 냉정하지 못해 이 이지경까지 오게됐다고 하신다.앞으로 사람은 절대 믿지않겠다 하신다.

 

 

의족을 보여줄수 있느냐는 말에 그냥 스스럼 없이 보여주신다. 듣기로는 잘못하면 카메라도 박살내신다고 들었는데요 했더니 그러게 왜 숨어서 찍느냐고 하신다. 순간 여러 생각이 나의 머리를 스친다.

 

 

집게 손가락이 없는 이분도 스스럼없이 자신의 손을 카메라에 갖다 대신다. 그러시면서 한마디 하신다. "여자 분이 이런 곳에서 무섭지도 않으세요."

 

 

그러시면서 손수 자기들이 자는 지하는 조금은 따뜻하다고 하면서 안내해주신다.

 

 

그런데 서울역엔 없다던 여성 노숙자 한 분이 아까 그 빈자리에 잠들기 위해 누우신다. 노숙자들이 가장 잘 걸리는 질병이 뭐냐는 물음에 폐결핵 관절염이라고 한다. 일년 내내 병을 달고 살지만 그래도 살려고 막노동 등 안해본 일이 없다하신다.

 

 

주인이 잠든사이 그래도 의족은 주인을 배신하지 않고 잠든 주인곁에 찬바람 맞으며 주인을 지켜주고 있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데 배고플텐데 하면서 어쩌면 당신이 드시려고 간직히고 계셨을 '자유시간' 하나를 건네 주셨다..

출처 : 기타
글쓴이 : 하정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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