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노애락

[스크랩] 자병산 탐사를 다녀와서

한 울 타 리 2006. 2. 24. 17:02
2월에는 백두대간보전을 위해 시민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 대간지킴이'에서 백두대간보호법의 계기가 된 자병산으로 탐사를 떠났다. 대간지킴이는 한달에 두번 백두대간보전을 위한 교육과 현장 탐사를 떠난다. 올해는 자병산을 중심으로 한 백두대간의 환경현황과 그 지역의 문화, 역사 등을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래 글은 탐사에 함께한 자원활동가의 글이다.


언제부터, 왜 관심을 두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해 가을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부터 녹색연합 후원회원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 학기 중 어느 날, 전공과목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농담조로 천성산 터널을 비구니 하나 때문에 못 뚫고 있다고, 세금 낭비가 심하다고 말씀하시면서 씁쓸하게 웃으셨다. 그런데 교실에 같이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따라 웃는 것이 아닌가. 순간 머릿속이 멍해지면서 강의실 한가운데 나 혼자 섬이 된 것 같았다. 그 때부터 성장과 개발논리의 대척점에 서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휴학을 하고 학교에서 떨어진 곳으로 멀리 이사를 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뜸해지면서 지금이 바로 때라는 생각에 녹색연합에서 자원활동을 시작했고 이제 2주쯤 됐다. 백두대간 보전팀에서의 자원활동.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산줄기이자 우리 국토의 핵심생태축이라는 백두대간. 백두대간은 맥주 하이트만 머리에 새겼지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풍월이다.

그렇게 자원활동을 시작했고 백두대간 현장을 탐사하고 모니터링하고 지키는 활동을 해보자고 모인 대간지킴이를 따라 지난 주말에는 백두대간 줄기의 허리쯤에 위치한 자병산 탐사에 나섰다.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산계리. 2004년 여름 동해안 도보 여행 때 멀리서 보았던 징글징글한 시멘트 공장은 물건을 실어 나르기 위한 기지쯤이었고, 그 실체는 산골짜기에 숨어 있었다.

산계리에는 자정 무렵에 도착했지만 컴컴한 밤에 시뻘겋게 불을 켜 놓은 시멘트 공장이 흡사 스타워즈의 검은 투구를 쓴 이글거리는 눈빛의 다스베이더의 모습 같았다. 내가 그 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이런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무서웠다.

다음날에는 석회석 지대로 자병산과 비슷한 식생의 석병산을 올랐다. 가벼운 산행이 될 거라 했는데 험했다. 역시 사람을 조직하는 데에는 거짓말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인가 라는 생각을 했고,(^^) 지리산을 왜 어머니 같다고 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산을 오르면서 여태까지는 한번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야생동물의 흔적을 보기도 하고 비록 무슨 나무를 가리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뭇잎을 통해 숲의 형태를 알 수 있는 나무의 분포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이래저래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한 산행이었다.

▲ 지붕을 만들기 위해 껍질을 벗긴 굴참나무

▲ 산길에서 만난 삵 똥과 이끼, 석회석지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회양목

▲ 백두대간과 석병산을 설명하는 표지판

▲ 석병산, 바위병풍이라는 뜻으로 산 곳곳에 바위가 뾰족뾰족하다


자병산은 석회석이 풍부해서 지금까지 28년째 석회석을 채취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산 정상부가 70미터 가량 깎였고 앞으로도 계속 파서 150미터는 더 낮아질 거라 한다.
일요일에는 백복령에서 자병산 석회광산을 살펴보기 좋은 곳으로 올라가려 했는데 라파즈 한라 시멘트 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이 가로막고 올라가지 못하게 했다. 라파즈는 지금 자병산을 다 파먹고 공장 문 닫고 떠날 때 복원이 가능하도록 비용을 미리 적립해 두라는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요구도 들은 체 만 체 하고 있다. 또, 유치하게 탐사 나온 사람들을 미행하면서 사유지도 아닌 땅, 산에 오르겠다는데 현장 노동자들을 시켜 다짜고짜 반말에 욕을 하고 밀치고 멱살잡이를 했다. 결국 경찰까지 불러 이야기를 한 후에 녹색연합 활동가 세 사람만이 산에 올라갔다 왔다.

▲ 석병산에서 바라본 자병산 석회광산의 모습, 흙이 계곡으로 쓸어내리고 있다

▲ 대간지킴이들의 모습



환경공학을 공부해서 기업의 환경관련 부서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환경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소리를 늘어놓는다. 나 또한 환경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나중에 기업에 취직해서 일을 할 텐데 자병산에서 본 그들처럼 자기 밥그릇 때문에 앞뒤 꽉 막힌 사람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어지러웠다.

좁아서 터질 것 같다고 아우성인 우리나라지만 그래도 땅이 넓다. 어느 골짜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글 : 강혜원(녹색연합 자원활동가) 녹색연합 홈페이지 www.greenkorea.org 에서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 블로그 > 녹색연합 | 글쓴이 : 아름다운지구인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