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감상

[스크랩] 명화 패러디 광고들 2탄

한 울 타 리 2006. 3. 28. 17:54

    지난번에 이어서 명화를 재현한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또 해볼까요?

 

    이 광고를 기억하세요? 90년대 중후반에 패션 잡지나 백화점 코너에서 눈에 많이 띄었던 광고죠. 샤넬의 "코코 Coco" 향수 광고랍니다. 모델의 자세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죠?

 

 

    바로 고전주의 화가 앵그르 Jean-Auguste-Dominique Ingres (1780-1867) 의 그림 "샘"에 나오는 모습이죠.

 

◀ 샘 La Source (1856), 앵그르 작

캔버스에 유채, 163 x 80 cm

오르세 박물관 Musee d'Orsay, 파리

 

    사실 이 그림의 원제는 “La Source”이기 때문에, 잘 알려진 제목 “샘”보다는 “수원(水源)”이 더 정확한 우리말 제목일 겁니다. “샘”이란 제목으로 그림을 보면, 그냥 샘에서 목욕하는 여인이 항아리로 물을 퍼서 다시 쏟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수원”이라는 제목으로 보면, 이 항아리가 보통 항아리가 아니라 물이 처음 흘러나오는 근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항아리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는 물이 시내가 되고 강이 되어 마침내는 거대한 바다에 이르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신비로운 항아리를 들고 있는 여성은 인간이 아니라 바로 수원지 자체를 상징하는 물의 님프나 여신일 것이고요.
 

    앵그르의 그림을 흉내내고 있는 샤넬의 광고도 뭔가 상징하는 것이 있을까요? 여기에서 모델이 검은 드레스를 입은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답니다. 검은색은 샤넬 브랜드를 대표하는 색깔이죠. 이 브랜드의 창시자인 다자이너 코코 샤넬 Coco Chanel (1883-1971) 은, 20세기 초만 해도 주로 상복으로나 쓰였던 검은 옷을 가장 우아하고 섹시한 패션으로 거듭나게 한 주역이거든요.

 

    즉, 검은 드레스의 모델은 샤넬 브랜드 자체를 의인화한 것이라 볼 수 있어요. 그리고 그녀는 광고 카피대로 "샤넬의 정신"을 나타내는 향수 "코코"를 영원히 흘러내리게 하고 있는 거죠. 앵그르의 그림에서 님프의 항아리로부터 나오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대양의 수원이 되듯, 이 광고는 "코코" 향수의 작은 병이 그 향기와 더불어 샤넬의 미학을 더 넓은 세상으로 전파하는 원천이 되리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죠...

 

    이번에는 이브 생 로랑이 90년대 후반에 발표한 명화 패러디 광고 시리즈 중 하나를 볼까요? 사실 이건 보기가 약간 민망한 광고입니다 ^^;

 



    이 민망스러운 광고의 원작 역시 민망스러운 그림이죠.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녀의 자매 중 하나 (16세기 말)
퐁텐블로파 Ecole de Fontainebleu 의 화가 작
38 x 49 inches, 루브르 박물관 Musee de Louvre, 파리


    이 그림의 충격적으로 도발적인 동작은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 걸까요? 여러가지 설이 구구하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은 이렇습니다. 오른쪽의 여인은 프랑스 왕 앙리 4세 Henri IV (1553-1610)의 정부였던 가브리엘 데스트레 Gabrilelle d'Estree 라고 합니다. 그럼 왼쪽에 있는 여인은 혹시 그녀의 숨겨놓은 레즈비언 연인? 아뇨, 그녀는 가브리엘의 동생인 빌라르 공작부인이라고 합니다. 그녀가 가브리엘의 젖꼭지를 잡고 있는 것은 응큼한 추측들과는 달리 가브리엘의 임신을 알리는 몸짓이라는 겁니다. 가브리엘이 들고 있는 반지는 앙리 4세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뜻이고요. 이 그림이 그려지고 나서 얼마 후 가브리엘과 앙리 4세 사이에 첫아들이 태어났다고 하네요. 

 

    하지만 이 설이 다른 모든 가설들을 침묵시킬 정도로 확실히 증명된 것은 아니에요. 반복적으로 원을 만들고 있는 두 여인의 손동작이라든지, 멀리 보이는 바느질하는 여인 등은 여전히 신비로운 수수께끼처럼 다가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 그림과 관련된 역사추리소설도 하나 나왔지요. 저는 읽어보진 않았는데, 그 책은 이 그림이 가브리엘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관련된 비밀을 말해주고 있다고 하는 것 같더군요. 역사적으로 가브리엘 데스트레는 셋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앙리 4세와의 정식 결혼을 일주일 앞두고 돌연사했습니다. 사인은 임신 부작용이었다고 하지만 정식 왕비가 되기 직전에 죽었으니 정적들에 의해 암살당한 것이라는 음모론이 떠도는 것도 당연하지요.

 

    그나저나 이 그림에서 젖꼭지를 잡는 동작이 정말 임신을 알리는 것이라면 이브 생 로랑의 광고는 상당히 아이러니컬해지는걸요? 이브 생 로랑의 광고는 혹시 이런 의미인 건 아닐까요?

 

 

    필요도 없는 것이 왜 있을까요??? 최근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른 대중의학지식서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 Why Do Men Have Nipples? " 에 따르면 "젖샘은 여자에게만 있지만 배아일 때는 남녀 모두 같게 시작된다. 배아는 수정 후 약 6주까지는 여성형판을 따라가다가 남성의 성염색체가 끼어든다. 그때는 남자가 될 태아도 이미 젖꼭지가 생긴 뒤다." 라고 하는군요...흠흠...

 

    이브 생 로랑의 명화 패러디 광고 시리즈 중 하나를 더 뽑아봤습니다. 

 



    이 광고의 원작 그림은 우리나라에는 조금 덜 알려져 있지만, 남성 누드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손꼽히는 그림이랍니다.

 


바닷가의 젊은 남성 누드 (1837) 플랑드랭 Hippolyte Flandrin (1809-1864) 작
캔버스에 유채, 98 x 124 cm, 루브르 박물관, 파리


    플랑드랭은 앵그르의 제자였습니다. 앵그르의 명성에 가려 제대로 빛을 받지 못했지만 이 작품만은 유명하지요. 이 그림의 배경은 평화롭고 관조적입니다. 그리고 인물의 독특한 자세는 고독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주는 동시에 인체의 아름다운 굴곡을 강조시켜 미묘한 에로티시즘을 발산하지요.

 

    그나저나 좀더 현대의 미술작품을 재현한 광고는 없을까요? 그런 광고로는 요즘 TV에서 볼 수 있는 우리나라 금융업체의 광고가 하나 있죠.

 

 

 

    미래에셋 TV 광고의 한 장면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달리 Salvador Dali (1904-1989)의 늘어진 시계를 동영상으로 재현한 것이죠.

 

기억의 고집 (1931), 달리 Salvador Dali 작
캔버스에 유채, 24.1 x 33 cm, 현대미술관 (MOMA), 뉴욕 

 

    이 그림에서 황량한 공간에 걸쳐진 늘어진 시계들은 실제 시간의 흐름과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시간과의 괴리, 기억으로 왜곡되고 연정되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반면에 미래에셋 광고의 녹아흐르는 시계는 단기매매에 급급한 경향이 있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에게 길게 내다보는 장기 투자를 할 것을 권하는 의미라고 합니다.

 

    명화를 재현한, 그리고 명화의 영향을 받은 광고들은 은근히 많답니다. 앞으로도 Moon의 명화 패러디 광고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드문드문하게 말이지요...^^

출처 : Moon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
글쓴이 : Mo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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