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떠나고 싶을 때...

[스크랩] 매화 가지 끝, 이른 봄

한 울 타 리 2006. 3. 28. 17:43

  (3년 전 바로 이맘때 칼럼 시절에 썼던 글인데, 블로그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글과 그림 배치가 흐트러져서 그동안 감춰놓았었어요. 매화의 계절이 돌아오니 문득 생각이 나 다시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조희룡, 매화서옥도
◀ 매화서옥도 梅花書屋圖
    조희룡 趙熙龍 (조선, 1789-1866)
    종이에 담채, 106 x 45 cm, 간송미술관

    이른 봄의 빛깔은 절정에 이른 봄과는 전혀 다른 것 같습니다... 아직 겨울의 무채색이 지배하는 가운데, 회색 나무 끝이나 갈색 들판에서 조금씩 존재를 드러내는 연하고 생기있는 색채들을 표현하기에는 역시 동양의 수묵담채화가 적당하지 않을까요.

    또 아직 나뭇가지의 선이 잎새로 가려지기 전에 호젓하게 피어나는 꽃들을 나타내기에도 선과 여백이 멋스러운 동양화가 어울릴 것 같습니다. 특히 눈쌓인 가지에서 피어나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매화를 표현하기에는...

    싸늘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이른 봄의 정취를 나타낸 한국과 중국의 그림들을 그 그림들에 어울리는 제가 좋아하는 한시 몇 편과 함께 소개합니다.


봄을 찾아서 探春
(대익 戴益)

종일 봄을 찾았지만 찾지 못하고
지팡이에 험한 길을 헤매 다니다
돌아와 매화나무 가지 끝을 보니
봄이 이미 가지 끝에 와있었구나.

盡日尋春不見春
杖藜踏破幾重雲
歸來試把梅梢看
春在枝頭已十分



전기, 매화초옥도
매화초옥도 梅花草屋圖
전기 田琦 (조선 1825-1854)
종이에 채색, 29 x 33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른 매화 早梅
(장위 張渭)

백옥같은 가지의 한 그루 매화,
마을길 저만치 다리 옆에 피었다.
물이 가까워 먼저 꽃핀 줄 모르고,
아직 녹지 않은 겨울 눈인가 했지.

一樹寒梅白玉條
逈臨村路傍溪橋
不知近水花先發
疑是經冬雪未消


곽희, 조춘도
조춘도 早春圖 (1072)
곽희 郭熙 Kuo Hsi (북송, 1050-1090)
비단에 담채


산속 나그네 山中留客
(장욱 張旭)

산빛이며 모든 것이 봄빛에 잡혔는데
날씨 좀 흐리다고 돌아갈 생각 마십시오
비올 기미가 없어 골라잡은 맑은 날에도
구름 깊은 곳에 들면 옷자락이 젖는답니다.

山光物態弄春暉
莫爲輕陰便擬歸
縱使淸明無雨色
入雲深處亦沾依


미상, 봄저녁
봄 언덕의 저녁
중국, 작가 연대 미상


매화 둑 달빛 梅花塢坐月
(옹조 翁照)

밝은 달빛 아래 조용히 앉아서
홀로 읊어 맑은 서늘함을 깨니
개울 건너의 늙은 학이 와서는
매화 꽃 그림자를 밟아 부수네

靜坐月明中
孤吟破淸冷
隔溪老鶴來
踏碎梅花影

 
 
출처 : Moon의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
글쓴이 : Mo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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